미래 농어업을 선도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 대학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양돈장을 꿈꾸다”
전븍 군산시 서수면 관원리 중소가축학과 4회 졸업생 최○○
최○○(32) 씨는 요즘 흠칫 놀랄 때가 많다. 돼지 때문이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이다. 최 씨는“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간다고 느낄 때면 자다가도 뒤척일 때가 많다”며“경쟁, 속도, 성과 이런 데에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을 때‘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번쩍번쩍 든다”고 말했다. 괜한 말이 아니다. 잘난척하기 위한 입바른 소리도 아니다. 빠르면 내년부터 나만의 농장을 운영하게되는 최 씨. 그는‘뼈까지 축산인’인 최○○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 허투루 하는 법 없는 최명규 씨, 그에게 경쟁, 속도, 성과는 농업을 시작할 때 멀리해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들이다.
젊은 농업인이 거쳐야 할 단계, 아버지와의 소통
최○○ 씨는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양돈에 뛰어들면서 아버지와의 의견대립도 함께 시작됐다. 젊은 나이에 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아버지의 관행양돈과 매번 부딪혔다. 최 씨는“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면 아버지께서는 매번 나의 행동을 막곤 하셨는데 그 때문에 양돈을 접을까도 생각했었다”며“아버지가 수십년 동안 해왔던 양돈장에서 1년도 안된 내가 뭘 해보겠다고 하니 안좋게 보이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버지께서 최명규 씨를 인정하고 있는 듯 하다. 최 씨가 양돈장에서 시도하는 대부분의 행동에 눈감아주고 있다. 이제야 아들로서가 아닌 양돈장 주인으로서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씨는“아버지께서 일이 있으면 양돈장을 비우기도 하시는데 그만큼 아들을 믿는 게 아니겠냐”며“부모님께서는 이제 내년이나 내후년에 양돈장을 떠나고 싶어하시는 만큼 제가 이젠 양돈장을 물려받아 제대로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최 씨는 후배들에게도‘도전을 무서워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젊은 농업인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단계라 생각하고 도전에 뜸들이지 말라”며“신기술을 받아들이는데 과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의 지혜를 또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최 씨.
동물복지, 내가 추구하는 양돈장 운영방식
최○○ 씨는 양돈을 운영하는데 동물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동물과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최 씨의 의견.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양돈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양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 씨는“예전에 가나안농장을 가봤는데 엄마 돼지를 방사해 키우고 있었다”며“이렇게 하면 면역력이 높아져 구제역과 같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방사해서 키우면 양돈의 등급이 제각각이 될 수 있지만 이들 등급에 따라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내 상품에 내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양돈에 인위성을 더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모돈이 임신할 때까지 기다린다. 호르몬제를 활용해 임신을 앞당기는 것은 내‘새끼’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하게 말하는 최 씨. 최 씨“호르몬제를 통해 줘 돼지의 체질을 바꿔 임신주기를 앞당기는 것 만큼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며“이건 내 양돈에 대한 예의이며 나의 또다른 자존심”이라고 굳게 말했다.
자기개발도 내 일 중에 하나
최 씨는 자기개발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2009년까지 전북 4-H 회장을 하면서 최 씨는 자기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터득했다. 물론 리더십은 당연히 따라오는 부산물. 그래서 기존의 집을 떠나 양돈장에서 20분 거리에 집을 얻었다. 출퇴근을 해야 자기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 씨는“기존의 집은 양돈장 바로 옆에 있어 하루종일 양돈장에서 살아야 한다”며“그러면 당연히 내 시간도 없고 양돈장에 모든 시간을 뺏기니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집에서 널부러져 있으면 그만큼 내 시간을 좀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일이 아닌 취미를 갖는 것도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는 또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 씨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귀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지루하기도 하지만 이 때가 해방감이 가장 크다는 최 씨. 그는 정규속도를 지키면서 최신 음악을 빵빵하게 들으면 그날의 스트레가 확 날아간단다. 최 씨는“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데 내 팔자가 양돈이라면 양돈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며“지금 키우고 있는 모돈 2300두에서 규모를 더키워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존심 센 양돈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큰 꿈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