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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소식

  • 제목 좋은 글-청솔모가 호두를 못 찾는 까닭
  • 등록일 2012-03-18
  • 조회수 3478
  • 등록자 이영석
  • 첨부파일
  • 청설모는 욕심 많고 재치도 상당하지만 기억력은 별로라고 한다.
    몇 년 전에 작업실을 얻어 쓰던 배영 분교에 호두나무가 많아서 청설모를 자주 보았다.
    배영 분교 소사 아저씨 이야기인즉, 청설모가 호두를 가져갈 때는 양 볼에 하나씩 넣고, 양쪽 겨드랑이에 하나씩 끼고, 양손에 하나씩 들고 뒤뚱거리며 걸어간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여기저기 땅을 파서 숨겨 두고 야금야금 꺼내 먹으며 겨울을 나는데,
    건망증이 심해서 호두를 어디에 묻었는지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두나무 근방이 아닌 엉뚱한 데서 호두나무 싹이 올라오는 건
    청설모의 건망증을 증명하는 산 증거가 아닐 수 없단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청설모가 호두를 못 찾는 까닭은 후각이 안 좋아서다.
    숨긴 호두를 냄새로 찾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후각이 아무리 좋아도 배부르면 찾지 않을 것이니,
    호두는 늘 먹고 남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치에 맞다.
    해마다 호두나무 싹이 곳곳에서 나는 걸 보면
    청설모는 겨울마다 먹고 남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숨긴 게 틀림없다.
    호두가 모자라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니 어찌 넉넉히 숨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겨울이 얼마나 길지 누가 정확히 알 수 있단 말인가.
    또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는 일은 사람도 어렵다.
    그리고 음식이란 조금 남는 듯해야 마음이 푸근한 것은 사람이나 청설모나 마찬가지 아닐까?
    더구나 사람이 남긴 음식은 금방 썩지만,
    청설모가 못 다 먹은 호두는 나무가 된다.
    결국 호두나무 새싹은 청설모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총명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좋은생각 中 《빨간 양철 지붕 아래서》, 오병욱,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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